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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상, 신속한 변신이 경쟁력이다.
등록일 2017-09-26 조회수 107

글로벌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기존의 질서나 법칙이 해체되고 있다. 글로벌 세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방위적 해체 움직임을 주도하는 요소는 바로 디지털, IT 기술이다. 특히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스마트로 대별되는 동시다발적 IT 혁신은 과거 수십 년의 변화를 불과 몇 개월 내에도 가져오고 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해체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데, 급변하는 니즈에 맞게 신속하게 재조합하는 일이 미래 기업들의 고민이 될 것이다.

 

 

이미 시작된 비즈니스의 해체

 

기업들도 음반 산업, 전문 음악가들과 유사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의 제품, 서비스가 해체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휴대폰에 내장되어 제조사들이 제공하던 각종 기능들은 스마트폰 앱스토어에 개별 앱(App) 형태로 해체되어 제공된다. 더욱이 이러한 앱을 만들 수 있는 권한 역시 기존 제조사들에서 외부의 전문 개발자, 아마추어 소비자 등으로 넘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필요에 따라 앱을 구매하고, 이를 조합해 자신에게 최적화된 스마트폰을 만든다. 이는 아마추어 음악가 들이 개별 소리 단위로 해체된 샘플 음원을 조합해 완성된 음악을 만드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IT 비즈니스 밖에서도 제품, 서비스의 해체 현상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저가항공사들의 경우 해체를 혁신의 컨셉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기존 항공사들이 불필요한 서비스들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반면, 저가항공사들은 패키지화된 서비스들을 개별 서비스로 나누어 판매했다. 비행시 필요한 보험, 음료수, 수화물 등을 묶어서 팔지 않고 고객의 필요에 따라 선택 가능한 영역으로 남겨둔 것이다. 서비스의 해체를 통해 저가항공사들은 항공권 자체만 구매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비즈니스의 해체는 고객들의 선택권이 강화되는 영역에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최근에는 아파트와 같이 전통적으로 정형화된 제품에도 해체 컨셉이 적용되고 있다. 가변형 벽을 적용해 구매자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방의 개수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전통가치의 해체와 미래의 기업

이미 경영의 구루들은 비즈니스의 해체 현상에 대해 몇몇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프라할라드 교수는 저서 ‘새로운 혁신의 시대’에서 미래의 비즈니스는 ‘N=1, R=G’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N=1, R=G란 개별 소비자 한 사람이 스스로 고유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N=1)을 갖추는 것과 자원을 내부적으로 소유할 필요 없이 다양한 원천을 통해 글로벌 자원에 접근(R=G)하는 것을 뜻한다. 즉 시장이 개별 소비자 단위로까지 극단적으로 해체되며, 기업의 역량과 자원도 글로벌 비즈니스 전반에 흩어져 존재하는 그야말로 수요 측면과 공급 측면 모두가 해체된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이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모든 산업에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제품과 서비스의 해체는 물론, 이에 활용되는 자원, 역량, 기술, 비즈니스 모델의 해체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허황된 상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미래에는 오늘날과 같은 거대한 기업 조직들이 아니라, 부서나 기능, 구성원 단위로 잘게 나누어진 초미니 기업들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주도할 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들이 새로운 세대들(Y 세대 및 그 이후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기성 세대들에게는 그저 예외적인 현상일 뿐이거나, 심지어는 눈을 뜨고도 관찰할 수 없는 현상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해체와 통합, 그리고 전혀 새로운 재조합

 

디지털, IT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해체 트렌드가 비즈니스의 룰을 바꾸고 있지만, 사실 주류 산업, 전통적 기업들에게 해체는 먼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전히 내부 통합과 중앙집중적 방식, 조직구조를 통해 성과를 올리는 기업도 많다. 하지만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통적 비즈니스 방식의 해체를 그저 남의 일로 치부하며 손 놓고 외면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N=1, R=G의 비즈니스 방식이 IT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들이 주류 소비자로 부상하는 2015년~2020년 사이에 보편화될 것으로 보았다. 이 같은 예측이 다소 급진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소비자들의 등장이 어떤 식으로든 비즈니스의 해체를 가져올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기업들의 숙제는 해체와 통합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지, 나아가 해체된 자원과 요소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조합할 것인지가 될 것이다.

기업들은 자원이나 역량을 작은 단위로 해체함으로써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환경 변화에 맞게 나누어진 자원들을 신속히 재배치, 재조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통상적으로 해체는 규모의 이익이나 신속함, 효율성 등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들에게는 유연성뿐 아니라, 생산과 혁신의 신속성, 효율성 역시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이 때문에 경영 관리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존 관점에서 유연성과 효율성은 별개의 개념이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유연성을 통해 비즈니스의 규모를 확대하고, 효율성을 통해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체와 통합 간의 균형, 긴장관계를 잘 다루는 일이 요구된다.

경영진들은 해체와 통합이라는 상반된 힘과 원칙이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연성과 효율성 간 최적의 균형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어떤 부분에서 역량과 자원의 해체가 필요한지, 어떤 부분에서 집중과 통합이 효과가 있는지를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자신이 제공하던 서비스 및 사업상의 고유 권한을 상당부분 해체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앙집중적이고 폐쇄적인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함으로써 혁신과 사업 프로세스의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해체된 자원의 재조합 방식이 미래 경쟁력을 결정

 

해체 트렌드가 비즈니스의 전면으로 떠오를 경우, 해체되어 있는 기존의 자원과 역량들을 어떻게 조합하는지가 기업들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저서 ‘마지막 통찰’에서 앞으로의 비즈니스 환경을 조립식 완구인 ‘레고(Lego)’에 비유했다. 그는 “레고 조각들은 끊임없이 조립되고, 해체되고, 다시 조립된다. 레고 월드의 개념을 이해하는 기업이 현재 기업 세계에서 진행 중인 ‘조용한 혁명’에서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원과 역량의 레고 조각들을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고객들의 입맛에 맞게 제대로 조합하는 것이 사업과 제품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수년 전 팹리스(Fabless) 모델로 TV 업계를 강타했던 ‘비지오(Vizio) 쇼크’를 기억한다면 비즈니스의 해체가 가져올 충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비지오는 비교적 일찍 해체 트렌드를 이용한 사례이다. TV 제조를 위해 필요한 기획, 디자인, 제조, 유통 등의 자원들을 글로벌 시장에서 신속하게 재조합 해냄으로써 업계를 긴장시킨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제품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었던 일본계 TV 업체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물론 지금은 비지오가 집중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는 국내 TV 업체들에 밀려난 상황이지만, 이와 유사한 업체들의 위협은 언제든, 어떤 산업에서든 반복될 수 있다. 상당히 쓸만한 수많은 ‘레고’ 조각들이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로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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